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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비정규직 일자리를 빼앗을 때, 사회는 뭘 해야 할까

2026년 3월, 한 중견 법률회사에서 주니어 변호사 채용을 중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계약서 검토, 판례 조사, 초안 작성까지 AI가 다 할 수 있더라는 거다. 2025년 9월, Salesforce의 CEO는 AI 에이전트 도입으로 인한 고객 지원 부서 4,000명 감원을 발표했고, 국내 대형 IT 회사는 신입 개발자 채용을 40% 줄였다. 이제 이건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지금, 2026년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뉴스들을 읽을 때마다 뭔가 불안하지만,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거다. ‘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건 알겠는데, 그럼 사회가—정부가, 기업이, 우리가—뭘 해야 한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 AI가 자동화하는 일자리 문제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거든. 이게 뭐가 다른지,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뭔지 파고들어 보자.

누가 위험하고, 왜 누구는 안 위험한가

먼저 스섯을 봐야 한다. 현재 사람들이 하는 일의 57%는 이미 존재하는 AI 기술로 자동화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2030년까지 수천만 개 일자리가 위협받을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런데 ‘자동화 가능’과 ‘자동화될 것’은 다르다. 비용이 싸면 기업은 당연히 자동화한다.

더 무서운 건 이 위협이 모두에게 동등하다는 게 아니라는 것 같다. 데이터 입력 담당자는 95% 위험도로 거의 확정이고, 의료 기록 전사원은 이미 99% 자동화됐다. 법률 보조원은 80% 위험. 반면 제조업 조립라인은 2030년까지 50% 정도로 예상된다. 문서 처리, 데이터 입력, 반복 업무가 최고 위험군이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뭐다? 비정규직이다. ㅠㅠ

더 신경 쓸 부분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근로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56%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즉, AI 시대가 진행될수록 임금 격차는 더 벌어진다는 뜻이다. 신입 개발자 40% 채용 감축이 뉴스거리가 되는데, 데이터 입력 담당자 80% 감축은 조용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들은 집단 발언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AI가 자동화하고 있는 사무 업무 장면

AI가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사회가 준비를 못 한 거다

여기가 핵심이다. AI가 자동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자동화된 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다음 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경로가 없다는 거다.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다. 일은 정체성이고, 관계고, 시간을 채우는 방식이고, 때론 의미다. 예를 들어 10년을 데이터 입력으로 밥을 먹었던 사람이 내일 아무 이유도 설명 없이 ‘안 필요해’라고 통지받으면 뭘 해야 할까.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그 사람이 40대 비정규직이면? 교육 기회는? 월급은? 가족은?

현재 대응은 개별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도 명확하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올 5월에 “A moment of choice: Harnessing artificial intelligence for decent work”라는 보고서를 냈지만, 이건 방향만 제시할 뿐 실제 정책으로 뭘 하라는 건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걸 ‘고용 절벽과 거버넌스의 공백’이라고 부른다.

사회가 책임져야 할 건 ‘재교육’이 아니라 ‘경로’다

지금까지 나온 대응책은 대부분 ‘재교육하면 된다’는 방식이다. 온라인 과정 2~4주, 도구 학습 4~8주 하면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이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기업이나 정부가 자기 책임을 훈련 비용으로 전가하는 것 아닐까?

정말 필요한 건 세 가지라고 본다. 첫째, 일자리 전환 기간 동안의 소득 보장이다. 재교육받는 동안도 밥을 먹어야 한다. 한국에는 실업급여가 있지만, 비정규직은 가입 자체가 어렵거나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둘째, 누구나 접근 가능한 교육이다. 재교육 프로그램이 있어도 직장에서 시간을 낼 수 없으면 소용없다. 온라인 과정도 기술이나 기기 접근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중장년층에겐 말이다.

셋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다. AI가 만드는 파괴와 생성의 불균형 문제다. 의료 기록 전사원이 99% 자동화되는 동안, 새로 생기는 일은 뭔가? AI 운영 코디네이터? 데이터 품질 분석가? 프로세스 자동화 전문가? 이들은 존재하지만 매우 적다. 그리고 기술 수준이 높다. 이 간극을 채워야 한다.

지금 2026년, 이미 일어나는 일들: Salesforce 4,000명 감원 (2025년 9월) → 고객 지원 인력이 사라짐 / 국내 IT 신입 채용 40% 감축 → 신입의 입직 경로가 줄어듦 / 중견 법률회사 주니어 변호사 채용 중단 → 법률 산업 진입 문이 닫힘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직장인들

그래서 우리는 뭘 물어야 할까

이 문제를 단순히 ‘기술의 발전’으로 보면 안 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만, 기술을 누가, 어떻게 쓸지는 선택이다. Salesforce가 4,000명을 감원한 건 AI 때문이 아니라 경영진이 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묻는 질문이 중요하다. ‘정부가 뭘 해야 할까’, ‘기업이 뭘 해야 할까’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누구를 내팽개칠 준비가 되어 있나’, ‘자동화로 인한 이득은 누가 가져가고, 손실은 누가 감당할 건가’, ‘일 없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있나’ 같은 것들이다.

AI는 자동화할 것들을 할 것이다. 막을 수도, 막아야 할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밀려난 사람들을 어떻게 할지, 얼마나 빨리, 얼마나 공정하게 준비할지. 이게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 윤리 문제라는 뜻이다.

2030년까지 수천만 개 일자리가 위협받는다고 했다. 그럼 남은 시간은 4년이다. 늦지 않았지만, 서두를 시간이 많지는 않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AI가 모든 일자리를 없애는 건가요?

아니다. AI는 자동화 가능한 업무를 없애지만, 동시에 AI 운영, 데이터 관리, 품질 검증 같은 새로운 일자리도 만든다. 문제는 사라지는 일과 생기는 일의 속도와 규모 불균형이다. 그리고 새로운 일은 기술 수준이 높아서 모두가 전환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Q. 비정규직이 특히 위험한 이유가 뭔가요?

비정규직이 주로 하는 일—데이터 입력, 문서 처리, 콜센터—이 가장 자동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정규직은 기업 입장에서도 ‘버리기 쉬운’ 인력이다. 고용 기간이 짧고, 해고 비용도 적고, 사회적 신경도 덜 쓴다.

Q. 지금부터 뭘 준비해야 하나요?

개인 차원에서는 기술 학습과 스킬 다양화가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준비는 사회 차원이어야 한다. 정부는 재교육 프로그램과 소득 보장 제도 정비를, 기업은 고용 안정성을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선택’의 문제로 인식하고, 정책과 제도를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