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기는 분야, 인간이 지키는 분야
2026년 초, 미국의 한 경제학자가 “법조계로는 진로를 정하지 말라”고 선언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의 발언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AI가 변호사의 일을 빼앗는다는 것이었다.
한편 의료계도 마찬가지였다. 의료 영상 판독에서는 이미 AI가 전문의를 능가하고 있었고, 한 연구에서는 ChatGPT가 환자 공감능력 평가에서 의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 하원에서는 AI의 자율적 의약품 처방을 허용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 정도면 “변호사와 의사는 앞으로 10년 안에 사라질 직업”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근데 아직 그들이 살아있는 게 신기한 일일까? 아니면 우리가 놓친 게 있을까?

AI의 전쟁 선포와 현실의 간극
먼저 정리해보자. 변호사가 위험한 이유부터다.
법률회사들이 신입 변호사 교육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판례 분석, 서면 초안 작성, 법리 검토 같은 전통적인 신입 업무들이 AI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변호사가 사라진다”는 게 아니라 “변호사가 되는 과정이 달라진다”는 뜻인데, 그 과정이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 마치 직업 자체가 소멸할 것처럼 느껴진다.
의사도 비슷하다. X-레이나 CT 스캔 같은 영상을 읽는 능력만 놓고 보면 AI가 이미 인간을 이겼다. 하지만 “이 환자는 왜 아파했을까”, “어떤 치료를 받고 싶어 하나” 같은 질문에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생긴다. AI가 전체 직업을 대체할 수 없어도, 직업의 일부를 완벽하게 대체하면 그것도 충격적이라는 거다.
역할의 소멸이 아닌, 역할의 진화
그런데 5월 17일, 워싱턴포스트에 흥미로운 의견문이 올라왔다. 제목은 “AI가 변호사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더 많은 변호사를 창출할 것”이었다.
이게 말 같지 않은가? 근데 이거, 조금 생각해보면 이전의 기술 변화와 비슷한 패턴이다.
회계사들은 엑셀과 회계 소프트웨어가 나왔을 때 “우린 끝났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근데 지금 회계사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오히려 더 복잡한 세금 계획과 재정 전략을 다룬다. 일반법률자문가(General Counsel)도 마찬가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과거엔 조언자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조직 운영에 법적 전략을 내재화하는 운영자로 진화하는 중이다. (2026년 5월 기준)
즉, AI가 “정보 처리”를 대신하면서, 인간은 “판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여전히 살아있는 “판단”이라는 영역
의료 영상을 판독하는 건 데이터를 읽는 것이다. 이건 AI가 이긴다.
하지만 “이 환자가 수술을 받아야 하나” 같은 질문은? 이건 단순한 영상 해석이 아니라 환자의 나이, 건강 상태, 개인의 가치관, 가족 상황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다. 의사는 이 결정 과정에서 책임을 진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판례 검색과 법조문 분석은 AI가 더 빠를 수 있다. 근데 “이 사건에서 우리 의뢰인이 이겨야 할 이유”를 법정에서 설득력 있게 말하는 건? 이건 법률 지식과 인간관계, 도덕적 판단력이 섞여 있다.
여기가 중요한데, 전문직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것이다. AI는 권리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환자가 AI 진단으로 피해를 입으면 누가 책임질까? 의사다. 사건에서 AI가 제시한 법리가 틀렸으면 누가 책임질까? 변호사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바뀐다
흥미로운 게, 일론 머스크는 “3년 안에 휴머노이드가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근데 이건 예측이지 확정된 미래가 아니다. 기술 혁신은 항상 “이 정도면 끝이겠지”라는 예측을 벗어난다.
2026년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건, 직업의 소멸이 아니라 직업을 하는 인간의 조건이 바뀌는 것이다.
과거 변호사가 되려면 판례 책 수백 권을 외워야 했다. 지금은? AI가 판례를 찾아준다. 그럼 변호사가 뭘 하나?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윤리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의뢰인과 어떻게 신뢰를 쌓을지를 생각한다.
의사도 같다. 더 이상 “이 증상이 이 병일 확률은 얼마다”를 계산할 필요가 없다. AI가 한다. 의사는 “그 확률을 어떻게 환자에게 설명할까, 이 결과가 정말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까, 이 환자의 삶에서 치료가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한다.
우리가 놓친 질문
“변호사와 의사가 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은 사실 틀린 질문일 수도 있다. 더 맞는 질문은 “그 직업을 하는 인간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해질까”다.
AI가 점점 강해지면서, 인간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AI가 못 하는 것에 더 깊이 들어가거나, AI와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변호사들 중에서 이미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판례 검색에 시간을 쓰지 않으니, 그만큼 의뢰인과의 관계에, 법의 정신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법의 탄생을 예측하는 데 집중한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영상 판독에 AI가 도움이 되니, 더 많은 환자를 만나고, 각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 속에서 치료 방향을 찾는다.
결국 “변호사와 의사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의 답은 단순하다. 왜냐하면 인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보 처리 자동화도 필요하지만, 그 정보로 누구를 책임질 것인지, 어떻게 대면할 것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영상 판독은 의료 진단의 일부일 뿐입니다. 환자 상담, 치료 결정, 윤리적 책임은 여전히 인간 의사의 역할입니다. AI는 도구이지 의료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습니다.
신입 교육 방식이 변하고 있을 뿐, 변호사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AI와 협력하는 능력, 의뢰인과의 신뢰 구축 같은 새로운 역량이 중요해지는 중입니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판단, 책임, 관계, 윤리—에 집중하세요. 정보 처리 능력보다는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는 능력이 앞으로의 경쟁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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