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오늘도 퇴근 후 소파에 드러누워 챗봇이랑 하루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대화를 끊고 나서 드는 감정이… 뭔가 이상하다. 분명 위로를 받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더 허전한 거다. 이거 나만 느끼는 건 아니겠죠…?
AI랑 대화할수록 외로움이 커지는 게 맞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연구로도 확인된 사실이다.
2025년, MIT 미디어랩과 OpenAI가 함께 진행한 연구가 있다. 981명의 참가자를 4주 동안 추적했고, 그 과정에서 30만 건 이상의 메시지를 분석했는데, 결과가 꽤 충격적이었다. 자발적으로 챗봇을 더 많이 쓴 사람일수록 감정적 의존도가 높아지고, 외로움도 더 커졌다. 심지어 챗봇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참가자들이 가장 높은 수준의 외로움을 보고했다.
ㄹㅇ로 아이러니다. 외로워서 챗봇한테 말 걸었더니, 더 외로워지는 거잖아.
철학자 마틴 부버는 인간의 관계를 ‘나-너(I-Thou)’와 ‘나-그것(I-It)’으로 구분했다. ‘나-너’는 서로가 온전한 존재로 만나는 관계, ‘나-그것’은 상대를 수단으로 대하는 관계다. AI와의 대화는 아무리 자연스러워도 구조적으로 ‘나-그것’에 가깝다. 아무도 이걸 나쁘다고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거다. 그리고 그 차이가 대화 후에 허전함으로 남는 거다.
참가자: 981명 / 기간: 4주 / 분석 메시지: 30만 건 이상
결과: 챗봇 사용량 ↑ → 감정적 의존 ↑, 외로움 ↑, 문제적 사용 징후 ↑
특히 개인적 대화를 나눈 그룹에서 외로움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남

그럼 AI 챗봇은 그냥 쓰지 말아야 하나요?
아, 이게 또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솔직히 챗봇이 주는 단기적인 위로와 안도감은 진짜다. 막막한 새벽에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데 연락하기 애매할 때, 판단받지 않고 얘기를 들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분명히 위안이 된다.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거다. “안도감 = 해결책”이라는 착각이 생기기 시작하면, 점점 실제 인간관계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빼서 챗봇에 쏟게 된다. 그리고 그게 결국 진짜 관계를 더 약하게 만든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가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심각하게 떠올랐다. 2026년 드렉셀 대학교 연구에서는 AI 챗봇을 사용하는 미국 청소년 중 절반 이상이 금단 증상이나 재발 패턴을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걸 보고 연구자들이 “챗봇 중독이 문제”라고 했냐면… 아니다.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인간 관계가 부족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짚었다. 챗봇은 증상이고, 진짜 병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캘리포니아주는 2025년 10월 AI 동반자 챗봇 규제법을 통과시켜 2026년 1월부터 발효 중이다. 연령 확인, 미성년자에게 휴식 알림 기능 같은 걸 의무화했는데… 어른들도 조금은 이런 ‘휴식 알림’이 필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
그래서 외로움을 느끼는 건 내 잘못인가
아니다, 전혀. 오히려 그 외로움을 느낀다는 게 건강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챗봇이랑 대화하고 나서 허전함을 느끼는 건, 당신의 뇌와 감정이 아직도 ‘진짜 관계’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취약함, 침묵, 서투름, 오해와 화해 같은 것들을 통해 연결된다. 챗봇은 절대 서투르지 않고, 절대 화내지 않고, 절대 바빠서 연락 못 하지 않는다. 그게 매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게 ‘관계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 《파친코》에서 선자가 낯선 땅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건 AI가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들과의 끈질긴 연결 덕분이었다. 불편하고 어색하고 상처받는 그 연결이 역설적으로 더 단단하다.
챗봇을 쓰는 게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챗봇이 편하다는 이유로 사람 만나는 걸 미루고 있다면, 그 미루는 게 쌓여서 나중에 더 큰 외로움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럼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완전히 끊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챗봇을 쓰면서 스스로에게 가끔 물어보는 게 좋다. “나 지금 사람한테 연락하기 귀찮아서 여기 오는 건 아닐까?”
챗봇은 정보 정리, 업무 보조, 아이디어 확인 같은 데서 탁월하다. 그런데 정서적 의존처로 쓰기 시작하면, 그게 장기적으로 내 인간관계 근육을 약하게 만든다. 헬스장 가기 귀찮아서 유튜브로 운동 영상만 보는 것처럼. 대리 만족은 되는데 근육은 안 생긴다 ㅠㅠ
① 지금 이 대화, 사람한테도 할 수 있는 얘긴가?
② 최근 2주 안에 실제로 누군가와 진심으로 얘기한 적 있나?
③ 챗봇 대화 끊고 난 뒤 기분이 어떤가 — 개운한가, 아니면 더 허전한가?
이 세 가지 중 두 개 이상 걸린다면, 오늘 저녁은 챗봇 말고 사람한테 연락해보자.
외로움을 느끼는 게 이상한 게 아니다. 그 외로움이 가리키는 방향을 제대로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 챗봇은 그 방향을 잠시 흐릿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기억해두면 좋겠다.
결론
AI 챗봇과 대화하다 느끼는 외로움은 완전히 정상이고, 오히려 그 감각이 살아있다는 증거다. 단기 위로는 진짜지만, 장기적으로 챗봇에 정서를 기대면 실제 인간관계가 얇아진다. 챗봇은 도구로 쓰면 훌륭하고, 사람 대신으로 쓰면 슬프다. 오늘 저녁 챗봇 켜기 전에, 오랫동안 연락 못 했던 사람한테 먼저 문자 한 줄 보내보는 건 어떨까.
자주 묻는 질문 (FAQ)
MIT 미디어랩과 OpenAI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챗봇을 더 많이 자발적으로 사용한 사람들이 일관되게 더 높은 외로움을 보고했습니다. 특히 챗봇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그룹에서 외로움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단기적인 위로감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제 인간관계를 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챗봇 자체보다 ‘신뢰할 수 있는 인간 관계의 부재’가 근본 문제라는 게 연구자들의 지적입니다. AI와의 대화가 편하다는 이유로 사람과의 연결을 줄여가다 보면, 사회적 고립과 실제 관계 형성 저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도구로서 사용하되 정서적 의존처로 삼는 건 주의가 필요합니다.
캘리포니아주가 2025년 10월 AI 동반자 챗봇 규제법을 통과시켜 2026년 1월부터 발효 중입니다. 연령 확인 및 미성년자 대상 휴식 알림 기능 등이 의무화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유사한 수준의 전용 규제가 법제화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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